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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가구 결구·문양 눈길
대형 책장 나전칠기 다양성
26일 서울서 학술발표회 예정
고산 윤선도 선생의 고택이자 해남 윤씨 종가인 녹우당에서 보관하고 있는 이층짜리 나전책장이 국보급 가치가 있다는 학계의 조사결과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나전이층책장은 세로 73cm, 가로 89cm 크기에 재질은 나무다. 각 층은 앞으로 열게 되어 있는 두 개의 문이 있고 이 문의 앞면을 나전(조개껍데기 등을 이용해 문양을 붙여서 꾸미는 것)으로 장식한 형태이다.
아래층 양 문에는 매화와 학이, 위층에는 대나무와 새가 나전으로 장식돼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문양이나 구조는 물론 방사선탄소동위원소 측정 등을 통해 조선 중기인 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남윤씨 종가에서는 안채 안방에서 사랑채로 연결되어있는 공로라는 공간에 수천권의 책들을 보관해왔다.
그래서인지 동학이나 일제 강점, 한국전쟁 등의 상황에서도 고서나 고문서 같은 국보나 보물 9000여 점이 잘 보존돼 올 수 있었고 이번에 공개된 나전이층책장도 이곳에 보관돼 있었다.
나전이층책장이 최근 공개돼 전문가들이 직접 조사에 나선 결과 국보나 보물 등 국가문화재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진 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조사의견서에서 “조선시대 중기 나전칠기가 주로 옷상자나 빗접, 서류함 등 크기가 작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나전이층책장은 크기가 큰 이층 구조로 동시대 나전칠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또 “기둥, 천판, 쇠목, 널판 등으로 잠금 구조가 만들어져 있고 수묵으로 대나무, 참새, 매화, 학을 밑그림으로 그려 이른바 화조문양을 나전으로 표현돼 조선 중기 나전칠기 기법과 결구 방식이 잘 표현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삼대자 전 문화재 위원은 “나전을 붙이기 전에 누군가 먹으로 밑그림을 그렸는데 그마저도 매우 뛰어난 묵화작품이다”며 “나전 장식으로 만들어진 최고이자 유일한 책장으로 장식 일부가 떨어졌지만 수리나 개조로 인해 원형이 훼손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희 전 국립박물관 보존과학부장은 “조선시대 목가구에서 나전장식이 있는 경우는 조선 후기로 한정돼 있는데 조선 중기에 대형 나전가구가 존재했다는 것은 녹우당 소장의 나전이층책장이 거의 유일하다”고 밝혔다.
특히 나전가구는 불교문화와 가까워 불교를 배척한 조선시대에는 영조나 정조 시절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대에 규모가 큰 나전가구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화적 가치가 큰 상황이다.
녹우당문화예술재단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녹우당 나전이층책장’의 공예사적 지위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나전이층책장의 가치와 국가문화재 지정 등 보존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처
해남신문 이창섭 기자
http://www.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670